(리질리언스)새로운 사고의 틀, 리질리언스 사고

2021-07-21

새로운 사고의 틀, 리질리언스 사고

 

리질리언스 사고에서 해답을 찾다.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은 3.5m의 거대한 크기와 20톤이라는 엄청난 무게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석상에 숨어있는 기이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AC 800년경 이 곳에 정착한 원주민은 비옥한 토양, 다양하고 많은 포유류와 조류, 그리고 야자나무로 이루어진 넓은 숲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야자나무를 베어 화전농업과 카누를 제작하였고, 부와 권력의 상징인 넓은 정원과 ‘석상’을 만들었다. 15세기에 이르자 이스터섬의 모든 생물체는 멸종하였고, 살아남은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식육을 자행할 수 밖에 없는 저주받은 섬이 되었다.

오늘날 이스터 섬과 같은 비극적인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은 야자나무의 한 종류인 팜나무가 풍부한 지역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와 산림탄소상쇄제도의 시행으로 팜나무의 열매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팜유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플랜테이션 기업은 늘어난 팜유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탄습지림[1]을 불태워 새로운 팜나무 농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팜나무 열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량의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도한 팜나무 플랜테이션은 주변 생태계와 지역사회를 붕괴시켰을 뿐만 아니라, 팜유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석유 1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10배를 배출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위의 두 사례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공통점은 두 사례에서 나타난 생태적 문제들 모두 그 지역의 사회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은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아름답고 미지의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은 인간과 공존하고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하나의 사회생태시스템(Social-Ecological System)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생태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관계자들(Actors)이라 하는데, 이스터섬의 경우 원주민으로, 보르네오섬의 경우 말레이시아 정부, 플랜테이션 기업, 그리고 지역주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선적인 안목으로 자연자원을 착취하여 생산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화된 방법을 고안하였으나, 그들이 속한 사회생태시스템의 특성인 문턱(Threshold)과 체제(Regime), 그리고 적응주기(Adaptive Cycle)을 알지 못했다. 사회생태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계자들의 자연자원 관리는 이스터섬의 열대우림이 초지와 모래밭으로 변하고, 보르네오섬의 이탄습지림이 팜나무 농장으로 변하는 체제 변환(Regime Shift)을 야기하였다. 특히, 보르네오섬의 경우 지역 스케일의 생태적 문제인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과 큰 스케일의 생태적 문제인 기후변화가 파나키(Panarchy)라는 개념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생태적 문제의 다변화 및 대형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두 시스템의 관계자들(Actor)로 하여금 어떻게 사회생태시스템을 지속가능케 할 수 있을까? 이에 앞서 언급된 새로운 용어들을 기반으로 한 리질리언스 사고(Resilience Thinking)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리질리언스 사고의 틀, 사회생태시스템

리질리언스 사고(Resilience Thinking)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생태시스템(Social-Ecological System)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생태시스템이란 사회시스템과 생태시스템으로 구성된 하나의 통합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경제학자와 사회학자 그리고 과학자들이 문제를 세분화하여 각자의 대안을 찾으려는 기존의 환원주의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전체 시스템의 해결책을 도출하려는 전일주의 개념이다. 만약 여러분들이 다양한 문제들을 사회생태시스템에 대입하여 이해한다면 그 문제들의 특별한 의미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태시스템의 구성요소인 사회시스템과 생태시스템은 다양한 스케일로 구분된다. 생태시스템은 생태계서비스를 사회시스템에게 제공한다. 반면, 사회시스템은 생태시스템의 자원을 이용하거나 토지이용을 변경시키지만, 동시에 생태시스템을 보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두 시스템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고리를 통해 원활하게 자원들이 순환하는가에 따라 외부 교란에 대한 사회생태시스템의 리질리언스가 결정된다.

사회생태시스템은 스케일(Scale)-도메인(Domain) 매트릭스로도 표현할 수 있다. 스케일(Scale)은 ‘소규모-중규모-대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스케일(focal scale)’을 중규모로 설정하여 사회생태시스템의 경계가 규정된다. 도메인(Domain)은 ‘사회적-경제적-생태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도메인은 스케일을 넘나들면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대규모 스케일의 변화와 각 도메인의 연결고리를 감지하기 어려운 동물이므로, 장기간의 안목의 정책이나 대안을 세우기 어렵다. 따라서 사회생태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리질리언스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개념이 필요하며, 이 개념들은 머리 속에 구체화되어야 한다. 


첫째, 인간은 사회생태시스템 속에 존재한다. 과거의 이스터 섬이든, 현재의 보르네오섬, 혹은 서울 한복판이든간에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곳의 생태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시스템 혹은 생태시스템이 변한다면 다른 나머지 시스템에도 영향을 주게되는 것이다. 일부 시스템을 따로 떼어놓고 해석한다면 전체 사회생태시스템의 행태과 구조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둘째, 사회생태시스템은 복잡계이다. 사회시스템과 생태시스템을 잇는 연결고리는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어떤 교란이 닥쳤을 때, 전체 시스템이 언제ᆞ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하나의 최적의 평형상태가 존재한는 것이 아니라 2개 이상의 평형상태가 존재한다. 따라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브라질에서의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E.N. Lorenz의 주장은 이와 일맥상통하며, 기상학뿐만 아니라 경제학, 생태학 등 모든 분야에서는 불확실성을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째, 사회생태시스템의 속성인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핵심 개념이다. 리질리언스란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의 능력이다. 리질리언스가 높은 사회생태시스템은 외부교란을 직면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변환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교란을 회피할 수 있는 사회생태시스템의 능력과 재화 및 서비스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리질리언스가 꼭 사회생태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태풍, 쓰나미, 부동산 침체 등과 같은 위기를 잘 관리하여 인간사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질리언스가 필요하다.



[1]  햇수가 오래지 않아 완전히 탄화하지 못한 석탄의 일종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습지를 말한다. 

 더욱 상세한 설명과 이미지는 '환경과 조경 340호'에 실린 원고를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