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질리언스)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전략, 적응(Adaptation)하고 전환(Transformation)하라

2021-07-21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전략, 적응(Adaptation)하고 전환(Transformation)하라


 

숲의 리질리언스 향상 전략, 나무들의 대화

생명의 상자(The Life Box)는 숲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이 속에는 토양만이 포장되어 들어있다. ‘아무 것도 없는’ 상자에 수분을 공급하고 며칠만 기다리면 하얀 실이 토양에 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하얀 실 뭉치가 바로 곰팡이의 균사다. 곰팡이가 퍼진 생명의 상자의 토양은 나무가 있는 숲이나 공원의 토양에 보충된다. 토양에 들어간 곰팡이는 나무의 뿌리와 공생관계를 형성하여 나무가 영양소와 수분을 잘 흡수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숲 혹은 공원의 나무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전화선’을 설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6월에 TED에서 생태학자 Suzanne Simard는 “나무들은 어떻게 대화하는가(How trees talk to each other)”라는 강의를 통해 곰팡이 균사로 구성된 ‘전화선’이 숲과 공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므로, 기후변화와 여러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인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그녀는 숲에서 가장 오래된 ‘어미 나무(Mother Trees)’가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음 세대의 나무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다음 세대들의 나무들은 또 다른 나무들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나무들간의 이러한 활발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거대하고 체계적인 숲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커뮤니티가 성장할수록 나무들간의 연결성(Connectedness)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영양소와 정보가 자원(Resources)으로써 축적되어 잠재력(Potential)이 증가한다. 즉, 커뮤니티 내에서 증가된 연결성과 잠재력의 향상은 예상치 못한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이는 숲 커뮤니티의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향상시킨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의 변화를 어미나무가 인지하고, 이를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른 나무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오고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체 숲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적응 전략, Adaptation Strategy)을 공유하게 되고,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형성한다(전환 전략, Transformation Strategy). 즉, 우리가 밟고 있는 숲과 공원의 토양에서는 나무들간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리질리언스 관점에서 ‘생명의 상자’는 매우 간단하면서 영리한 숲 보전 방법이다. 상자 속 작은 곰팡이의 적응주기(Adaptive Cycle)는 나무, 공원, 혹은 숲과 같은 더 큰 적응주기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리멤버(Remember)와 리볼트(Revolt)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스케일 간의 피드백 구조와 체계적인 네트워크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이러한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이 기존의 과정과 다르고 새로울 뿐이다.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과정은 첫째, 시스템을 파악하고 무엇이 핵심 요소인지, 둘째, 시스템의 리질리언스는 어느 정도인지, 셋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넷째,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면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혁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로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4단계는 사회생태시스템을 기반으로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가적 관점에서의 깊은 고찰을 요구할 것이며, ‘회복력 있는 조경설계(Resilient Landscape Design)’와 같은 새로운 조경 분야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생태시스템을 규정하기

남쪽의 골번강과 북쪽의 브로큰강 사이의 지역인 골번-브로큰 유역은 호주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수계인 머레이-달링 유역의 소유역이다. 골번-브로큰 유역은 매우 비옥한 토양과 높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지역이지만, 높은 염도의 지하수가 흐르는 지역이기도 하다. 높은 염도의 지하수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심근성 토착식물이 토양 내 수분을 흡수하고 대기 중으로 발산하는 과정을 통해 지하수위를 20~25m정도로 낮추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유럽인들은 이러한 골번브로큰 지역의 축복받은 자연환경이 농업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하였고, 1830년대부터 심근성 토착식물을 없애버렸으며 그 자리에 한해살이 작물과 목초를 심었다. 이후 목초지, 과수원, 원예재배지 면적이 확장되었고, 여타 경제 개발과 마찬가지로 투자와 성장의 연속을 이어갔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변수, ‘지하수위’의 상승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970년대 이미 지하수위는 5m 이내까지 상승하였고, 1990년대에는 대부분 2m 안팎으로 지하수위가 유지되었다. 지하수위가 급상승하자 내염성이 약한 목초류의 생육이 멈춰 젖소 방목지의 생산량이 감소하였고, 핵과류 과수원 30~50%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등 전체적으로 2,740km2에 이르는 농업 지역이 소실되었다. 골번-브로큰의 사회생태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은 새로운 체제로 변환되고 있었으며 지역사회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많은 농장들은 자신들의 과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양수 펌프를 설치하였고, 퍼 올린 물을 머레이 강으로 흘려 보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머레이 강의 염분 농도를 증가시키는 꼴이 되었고, 더 넓은 유역의 수질 악화를 유발하였다. 즉, 임계점(Threshold)을 넘어 다른 체제로 전환된 사회생태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았던 근시안적 접근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1]. 따라서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기에 앞서 사회생태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무엇에 대한 리질리언스인가,’ 무엇을 위한 리질리언스인가,’ 그리고 ‘주요 이해관계자와 거버넌스의 주체는 누구인가’의 3단계에 걸쳐 사회생태시스템은 규정될 수 있다.



더욱 상세한 설명과 이미지는 '환경과 조경 341호'에 실린 원고를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