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질리언스)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도전, 도시 리질리언스(Urban Resilience)

2021-07-21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도전, 도시 리질리언스(Urban Resilience)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도시  

사나울 폭(暴), 불꽃 염(炎). 즉, 날이 몹시 더운 상태를 의미하는 폭염은 올해 여름 한달 이상 대한민국을 강타하였다. 소방방재청은 최근 기상재해 중 폭염을 가장 큰 재해로 선정하였는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비해 국민들과 정부조차 폭염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공터에 천막만 설치되어 있거나 에어컨이 없는 무더위 쉼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허술한 방역시스템으로 인해 콜레라나 식중독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심각한 가뭄과 농업용수 고갈로 인한 농업시스템 마비, 농수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 예보 시스템 및 근시안적인 재해 대책 등이 줄지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였다.

무더위로 말라 비틀어진 많은 도시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최대의 지진을 경험하였다. 지난 9월 12일 규모 5.8과 5.1의 강력한 지진과 2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여, 경북 경주시를 비롯한 주변지역의 도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급작스러운 재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으며, 곳곳에서 피해가 급증하였다. 원활하지 않은 통신 시스템으로 인한 사회적 네트워크(연결성, connectivity) 마비는 재해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대시켰다. 또한 재해시 대피장소로 활용이 가능한 방재공원과 같은 다기능성의 장소(중복성, redundancy)가 부족하였으며, 지진이라는 재해를 예측하고 적응할 수 있는 계획이나 설계 방안(적응적 계획, Adaptive planning)이 미흡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진발생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학습과 매뉴얼(다양성, diversity)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치가 없었다.

위 사례와 같이 오늘날 도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도시 시스템은 예측불가능하고 강력한 재해에 의해 언제 붕괴될 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더욱이 도시의 사회적∙경제적∙생태적∙공간적 요소인 연결성, 중복성, 적응적 계획, 다양성 등의 부족은 재해에 취약한 도시를 만들었다. 이에 많은 계획가와 설계자들은 기존의 도시 설계와 계획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 설계 및 계획의 패러다임인 ‘도시 리질리언스(Urban Resilience)’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으며, 아무리 큰 재해가 오더라도 도시의 기능과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도시(resilient city)’로의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도시 리질리언스(Urban Resilience)


리질리언스는 생태학에서 태동하여 사회학 및 경제학 분야로 확장하였으며,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최근에는 사회생태적 리질리언스 개념으로 발전되었다. 이는 인간사회가 자연환경에 속해있다는 ‘자연 속 인간 모델(Human-in-Nature model)’과 인간사회의 구조와 기능은 주변 자연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환경 결정론’ 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사회생태적 리질리언스 개념이 도시 계획 및 설계 분야로 확장되었으며, ‘도시 리질리언스’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기존의 도시계획 및 설계 분야에서는 도시 구조의 파괴와 무분별한 도시 확장으로 많은 조경가들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였다. 그들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과 ‘도시생태학(Urban Ecology)’에 집중하였다. 조경과 건축분야에서 발전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도시설계에서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던 경관을 도시설계의 중심 요소로 격상시켰다. 또한 경관생태학을 기반으로 발전된 ‘도시생태학’은 경관을 도시 생태계의 구조적ᆞ기능적 단위로 바라보았고, 도시의 생태학적 패턴 및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토지이용의 변화를 이용하였다. 당시 신선하고 창의적인 발상이었던 두 이론은 그린인프라스트럭처 등을 통해 도시 내 조경공간으로 구현되었으며,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를 설계하는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최근 도시들은 기후변화로 급증한 수많은 재해들에 의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수 있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도시’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는 대기 및 수질 오염, 생태계 파편화, 열섬현상 등과 같은 문제들을 동반했고 지진, 태풍, 홍수, 가뭄 등에 의한 피해를 심화시켰다. 많은 학자들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이 부족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주로 토지이용만을 다루는 ‘도시생태학’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융합한 ‘생태적 어바니즘(Ecological Urbanism)’을 새로운 대안으로 내세우며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와 동시에 예측불가능한 교란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인 ‘도시 리질리언스’을 갖춘 ‘회복력있는 도시’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MIT 조경학 교수인 Anne Spirn은 생태적 어바니즘(Ecological Urbanism)은 ‘회복력있는 도시’를 설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이를 바탕으로 도시환경을 설계하는 조경가는 도시 리질리언스를 증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회복력있는 도시를 조성하고자 하는 조경가는 생태적 어바니즘을 기반으로 도시 시스템을 다섯 가지 렌즈를 통해 바라볼 수 있다. 첫째, 도시를 자연환경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 둘째, 도시를 생태계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도시란 동태적이고 상호 연계된 복잡계이며, 넷째, 그 도시만이 가진 고유한 역사와 맥락이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 설계는 미래의 변화에 대한 적응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는 점이다. 즉, 생태적 어바니즘은 도시를 하나의 역동적인 생태계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은 도시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재해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력있는 도시’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다.[1] 실제로 회복력있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록펠러 재단은 2014년부터 ‘100 Resilient City’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서울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100개의 도시를 선정하여 각 도시마다 취약한 재해 혹은 교란의 종류를 분석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 생태적 어바니즘과 회복력있는 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nne Whiston Spirn 교수의 “ecological urbanism: a framework for the design of resilient cities”을 참고하면 된다. 

 

 더욱 상세한 설명과 이미지는 '환경과 조경 342호'에 실린 원고를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