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리질리언스 향상 전략, 나무들의 대화
‘생명의 상자The Life Box’는 숲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상자 속에는 토양만 포장되어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자에 수분을 공급하고 며칠만 기다리면 하얀 실이 토양에 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하얀 실 뭉치가 바로 곰팡이의 균사다. 이같이 곰팡이가 퍼진 토양은 숲이나 공원의 토양으로 보충된다. 토양 속의 곰팡이는 나무의 뿌리와 공생 관계를 형성하여 나무가 영양소와 수분을 잘 흡수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숲 혹은 공원의 나무가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전화선을 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는 ‘나무들은 어떻게 대화하는가How trees talk to each other’라는 강의를 통해 곰팡이 균사로 구성된 전화선이 숲과 공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므로, 기후 변화와 여러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인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녀는 숲에서 가장 오래된 ‘어미 나무Mother Trees’가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음 세대의 나무와 연락을 주고받고, 다음 세대의 나무들도 균사를 통해 다른 나무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나무들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거대하고 체계적인 숲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커뮤니티가 성장할수록 나무들 간의 연결성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영양소와 정보가 자원으로 축적되어 잠재력이 향상된다. 커뮤니티에서 증가된 연결성과 잠재력은 예상치 못한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이는 숲 커뮤니티의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킨다.
곰팡이 균사로 형성된 나무들 간의 네트워크
(그림 출처: www.ted.com/talks/suzanne_simard_how_trees_ talk_to_each_other)
예를 들면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어미 나무가 인지하고, 이를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른 나무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오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은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적응 전략)을 공유하게 되고,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전환 전략)을 형성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숲과 공원의 토양에서는 나무들 간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리질리언스의 관점에서 ‘생명의 상자’는 매우 간단하면서 영리한 숲 보전 방법이다. 상자 속 작은 곰팡이의 적응 주기는 나무, 공원, 혹은 숲과 같은 더 큰 적응 주기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리멤버와 리볼트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스케일 간의 피드백 구조와 체계적인 네트워크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이 기존과 다르고 새로울 뿐이다.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과정은 총 네 단계의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데, 시스템 파악과 핵심 요소, 시스템 리질리언스의 정도, 시스템 유지 전략,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면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순서대로 진행된다. 이는 사회생태시스템을 기반으로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가적 관점에서 깊은 고찰을 요구하며, ‘회복력 있는 조경 설계resilient landscape design’와 같은 새로운 조경 분야의 초석이 될 것이다.
사회생태시스템 규정하기
남쪽의 골번 강과 북쪽의 브로큰 강 사이의 골번-브로큰Goulburn-Broken 유역은 호주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수계인 머레이-달링Murray-Darling 유역의 소 유역이다. 골번-브로큰 유역은 매우 비옥한 토양과 높은 생물 다양성을 지녔지만, 염도가 높은 지하수가 흐르는 지역이기도 하다. 높은 염도의 지하수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심근성 토착 식물이 토양 내 수분을 흡수하고 대기 중으로 발산해 지하 수위를 20~25m 정도로 낮추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유럽인들은 이러한 골번-브로큰 지역의 자연환경이 농업을 하기에 최적인 장소라고 판단했고, 1830년대부터 심근성 토착 식물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한해살이 작물과 목초를 심었다. 목초지, 과수원, 원예 재배지의 면적이 확장되었고, 여타 경제 개발과 마찬가지로 투자와 성장의 연속을 이어갔다.
골번-브로큰 유역의 지하 수위 지도
(1991년, 그림 출처: www.gbcma.vic.gov.au/)
아무도 지하 수위의 상승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970년대에 지하 수위는 5m 이내까지 상승했고, 1990년대에는 지역 대부분의 지하 수위가 2m 안팎으로 유지되었다. 지하 수위가 급상승하자 내염성이 약한 목초류의 생육이 멈춰 젖소 방목지의 우유 생산량이 감소했고, 핵과류 과수원의 30~50%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 결과 2,740k㎢에 이르는 농업 지역이 소실되었다. 골번-브로큰의 사회생태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은 새로운 체제로 변환되고 있었으며 지역 사회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다.
많은 농장은 과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양수 펌프를 설치하고, 퍼 올린 물을 머레이 강으로 흘려보냈다. 그러나 이는 머레이 강의 염분 농도를 증가시키는 꼴이었고, 더 넓은 유역의 수질 악화를 유발했다. 임계점threshold을 넘어 다른 체제로 전환된 사회생태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근시안적 접근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기에 앞서 사회생태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생태시스템은 ‘무엇에 대한 리질리언스인가’, ‘무엇을 위한 리질리언스인가’ 그리고 ‘주요 이해 관계자와 거버넌스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세 단계에 걸쳐 규정된다.
무엇에 대한 리질리언스인가
: 사회생태시스템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내부의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핵심 변수란 시스템이 붕괴되어도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요소, 즉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고 싶은 요소를 말한다. 이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 유형은 경제적 혜택, 휴양 공간, 식량과 같이 이해 관계자가 직접적으로 제공받는 생태계 서비스와 재화를 말한다. 두 번째 유형은 수질 정화와 토양 비옥도 등 경제적 가치는 매겨지지 않지만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와 혜택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생태시스템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생태계 서비스와 재화는 쉽게 체감하기 어려우므로 ‘생태계 기능→재화·서비스→혜택→웰빙’의 생태계 서비스의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기도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커뮤니티와 사회 네트워크다. 골번-브로큰 유역과 같이 어딘가에 심각한 토양 침식과 염화와 같은 생태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이러한 환경적 제약은 농부가 해당 커뮤니티를 떠나게 만들 수 있다. 농업 종사자들의 이출은 그들 자녀의 커뮤니티 이출로 이어진다. 학교와 교사 수의 감소와 사회적 인프라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지역의 커뮤니티와 사회 네트워크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위한 리질리언스인가
: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킬 대상을 찾았다면, 다음으로 어떤 교란에 대응할 것인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골번-브로큰 유역의 경우 핵심 변수에는 토양 염도, 지하 수위, 토착 식물의 피복 등이 있으며, 이를 붕괴시킬 수 있는 교란에는 가격 폭등, 가뭄과 홍수, 토지 이용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가장 주요한 교란 요소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지에 도래하는 교란의 특성에 따라 분석해야 한다. 교란의 특성은 교란의 지속성, 발생 빈도, 교란 후 회복되는 시간, 교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요소, 교란의 강도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분석된 여러 교란 요소는 적응 주기와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정리되며, 이를 통해 대상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경제적·생태적 교란을 선정할 수 있다.
골번-브로큰 유역의 사회생태시스템 모델
(Walker, Abel Anderies & Ryan, 2009)
주요 이해 관계자와 거버넌스
: 사회생태시스템을 규정하는 과정에서는 시스템의 핵심 요소와 주요 교란 선정뿐만 아니라, 이를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주요 이해 관계자에 대한 탐색도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스케일과 도메인에서 주요 이해 관계자 간의 다수준 네크워크multilevel network 구조의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수준 네트워크란 사회생태시스템 내에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거버넌스가 중복되거나 다른 거버넌스와 구성원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특성은 사회생태시스템이 예측 불가능한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즉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킨다.
[환경과 조경 기사_리질리언스 읽기4]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전략, 적응과 전환
숲의 리질리언스 향상 전략, 나무들의 대화
‘생명의 상자The Life Box’는 숲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상자 속에는 토양만 포장되어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자에 수분을 공급하고 며칠만 기다리면 하얀 실이 토양에 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하얀 실 뭉치가 바로 곰팡이의 균사다. 이같이 곰팡이가 퍼진 토양은 숲이나 공원의 토양으로 보충된다. 토양 속의 곰팡이는 나무의 뿌리와 공생 관계를 형성하여 나무가 영양소와 수분을 잘 흡수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숲 혹은 공원의 나무가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전화선을 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는 ‘나무들은 어떻게 대화하는가How trees talk to each other’라는 강의를 통해 곰팡이 균사로 구성된 전화선이 숲과 공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므로, 기후 변화와 여러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인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녀는 숲에서 가장 오래된 ‘어미 나무Mother Trees’가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음 세대의 나무와 연락을 주고받고, 다음 세대의 나무들도 균사를 통해 다른 나무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나무들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거대하고 체계적인 숲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커뮤니티가 성장할수록 나무들 간의 연결성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영양소와 정보가 자원으로 축적되어 잠재력이 향상된다. 커뮤니티에서 증가된 연결성과 잠재력은 예상치 못한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이는 숲 커뮤니티의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킨다.
곰팡이 균사로 형성된 나무들 간의 네트워크(그림 출처: www.ted.com/talks/suzanne_simard_how_trees_ talk_to_each_other)
예를 들면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어미 나무가 인지하고, 이를 곰팡이 균사를 통해 다른 나무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오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은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적응 전략)을 공유하게 되고,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전환 전략)을 형성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숲과 공원의 토양에서는 나무들 간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리질리언스의 관점에서 ‘생명의 상자’는 매우 간단하면서 영리한 숲 보전 방법이다. 상자 속 작은 곰팡이의 적응 주기는 나무, 공원, 혹은 숲과 같은 더 큰 적응 주기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리멤버와 리볼트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스케일 간의 피드백 구조와 체계적인 네트워크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이 기존과 다르고 새로울 뿐이다.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과정은 총 네 단계의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데, 시스템 파악과 핵심 요소, 시스템 리질리언스의 정도, 시스템 유지 전략,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면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순서대로 진행된다. 이는 사회생태시스템을 기반으로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가적 관점에서 깊은 고찰을 요구하며, ‘회복력 있는 조경 설계resilient landscape design’와 같은 새로운 조경 분야의 초석이 될 것이다.
사회생태시스템 규정하기
남쪽의 골번 강과 북쪽의 브로큰 강 사이의 골번-브로큰Goulburn-Broken 유역은 호주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수계인 머레이-달링Murray-Darling 유역의 소 유역이다. 골번-브로큰 유역은 매우 비옥한 토양과 높은 생물 다양성을 지녔지만, 염도가 높은 지하수가 흐르는 지역이기도 하다. 높은 염도의 지하수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심근성 토착 식물이 토양 내 수분을 흡수하고 대기 중으로 발산해 지하 수위를 20~25m 정도로 낮추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유럽인들은 이러한 골번-브로큰 지역의 자연환경이 농업을 하기에 최적인 장소라고 판단했고, 1830년대부터 심근성 토착 식물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한해살이 작물과 목초를 심었다. 목초지, 과수원, 원예 재배지의 면적이 확장되었고, 여타 경제 개발과 마찬가지로 투자와 성장의 연속을 이어갔다.
골번-브로큰 유역의 지하 수위 지도
(1991년, 그림 출처: www.gbcma.vic.gov.au/)
아무도 지하 수위의 상승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970년대에 지하 수위는 5m 이내까지 상승했고, 1990년대에는 지역 대부분의 지하 수위가 2m 안팎으로 유지되었다. 지하 수위가 급상승하자 내염성이 약한 목초류의 생육이 멈춰 젖소 방목지의 우유 생산량이 감소했고, 핵과류 과수원의 30~50%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 결과 2,740k㎢에 이르는 농업 지역이 소실되었다. 골번-브로큰의 사회생태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은 새로운 체제로 변환되고 있었으며 지역 사회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다.
많은 농장은 과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양수 펌프를 설치하고, 퍼 올린 물을 머레이 강으로 흘려보냈다. 그러나 이는 머레이 강의 염분 농도를 증가시키는 꼴이었고, 더 넓은 유역의 수질 악화를 유발했다. 임계점threshold을 넘어 다른 체제로 전환된 사회생태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근시안적 접근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도출하기에 앞서 사회생태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생태시스템은 ‘무엇에 대한 리질리언스인가’, ‘무엇을 위한 리질리언스인가’ 그리고 ‘주요 이해 관계자와 거버넌스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세 단계에 걸쳐 규정된다.
무엇에 대한 리질리언스인가
: 사회생태시스템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내부의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핵심 변수란 시스템이 붕괴되어도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요소, 즉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고 싶은 요소를 말한다. 이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 유형은 경제적 혜택, 휴양 공간, 식량과 같이 이해 관계자가 직접적으로 제공받는 생태계 서비스와 재화를 말한다. 두 번째 유형은 수질 정화와 토양 비옥도 등 경제적 가치는 매겨지지 않지만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와 혜택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생태시스템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생태계 서비스와 재화는 쉽게 체감하기 어려우므로 ‘생태계 기능→재화·서비스→혜택→웰빙’의 생태계 서비스의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기도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커뮤니티와 사회 네트워크다. 골번-브로큰 유역과 같이 어딘가에 심각한 토양 침식과 염화와 같은 생태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이러한 환경적 제약은 농부가 해당 커뮤니티를 떠나게 만들 수 있다. 농업 종사자들의 이출은 그들 자녀의 커뮤니티 이출로 이어진다. 학교와 교사 수의 감소와 사회적 인프라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지역의 커뮤니티와 사회 네트워크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위한 리질리언스인가
: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킬 대상을 찾았다면, 다음으로 어떤 교란에 대응할 것인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골번-브로큰 유역의 경우 핵심 변수에는 토양 염도, 지하 수위, 토착 식물의 피복 등이 있으며, 이를 붕괴시킬 수 있는 교란에는 가격 폭등, 가뭄과 홍수, 토지 이용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가장 주요한 교란 요소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지에 도래하는 교란의 특성에 따라 분석해야 한다. 교란의 특성은 교란의 지속성, 발생 빈도, 교란 후 회복되는 시간, 교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요소, 교란의 강도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분석된 여러 교란 요소는 적응 주기와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정리되며, 이를 통해 대상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경제적·생태적 교란을 선정할 수 있다.
골번-브로큰 유역의 사회생태시스템 모델
(Walker, Abel Anderies & Ryan, 2009)
주요 이해 관계자와 거버넌스
: 사회생태시스템을 규정하는 과정에서는 시스템의 핵심 요소와 주요 교란 선정뿐만 아니라, 이를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주요 이해 관계자에 대한 탐색도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스케일과 도메인에서 주요 이해 관계자 간의 다수준 네크워크multilevel network 구조의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수준 네트워크란 사회생태시스템 내에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거버넌스가 중복되거나 다른 거버넌스와 구성원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특성은 사회생태시스템이 예측 불가능한 교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즉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