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균 교수님과 전진형 교수님께서 뉴스포스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 포스트 인터뷰] 이우균·전진형 고려대 교수 “탄소중립? ‘리질리언스’ 연구 필수”
출처 :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95400
이우균·전진형 고려대 교수 “탄소중립? ‘리질리언스’ 연구 필수” < 인터뷰 < 기사본문 - 뉴스포스트 (newspost.kr) 2021.12.03 이상진 기자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OJERI) 이우균 원장·전진형 부원장 인터뷰
‘리질리언스’ 분야 아시아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 OJERI
이우균 원장 “리질리언스는 인간과 생태계의 지속가능발전 연구”
전진형 부원장 “단순한 친환경 연구 아냐...회복탄력적 성장이 목표”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리질리언스’는 인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전제로 합니다. 환경과 생태계를 단순히 보전하자는 게 아니에요. 일례로 무조건 벌목을 금지하는 건 ‘리질리언스’가 아닙니다. 생태계가 회복할 만큼의 벌목 방식을 연구해야죠.” - 이우균 OJERI 원장
“지난 20년 동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 수준도 해외 대비 상당히 많이 쫓아왔고요. 특히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최대 리질리언스 연구원이고, 아시아에서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전진형 OJERI 부원장
국내 '리질리언스' 연구의 첨병인 OJERI의 이우균(오른쪽) 원장과 전진형 부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최근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마다 단계적 탄소중립 달성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2,400조 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EU와 일본은 각각 1,500억 원, 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한 바 있다.
이런 글로벌 추세를 바탕으로, 생태계의 회복탄력성과 회복력을 연구하는 ‘리질리언스’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질리언스가 단순히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수동적 목표를 위한 게 아니라, 인간 사회와 재연생태계의 성장을 전제로 한 능동적 목표 달성을 위한 개념인 까닭이다.
뉴스포스트는 1일 국내 최초·최대 리질리언스 연구원인 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OJEong Resilience Institute)을 찾았다. 오정리질리언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아시아 최고 수준의 리질리언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취재진은 이우균(61) 원장과 전진형(53) 부원장을 만나 리질리언스의 개념과 국내·외 연구 현황과 성과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성북구 안암로 소재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에서 진행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리질리언스'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우균 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한데요.
전진형 부원장: 리질리언스는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에서 파생됐습니다. 다시 뛰어오른다(to jump back)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회복 탄력성’ 또는 ‘회복력’이라고도 합니다. 이걸 미국의 생태학자 홀링(Holling) 교수가 1973년에 ‘생태계의 리질리언스와 평형’이라는 논문에서 개념을 소개했는데요. 그 뒤로 생태학과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교육학, 경영·경제학 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우균 원장: 리질리언스는 간단히 말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단 키트’와 진단에 따른 ‘치료제’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해야 나빠지지 않고 회복될지를 진단하는 거죠. 진단 후에는 공학적 기술과 사회적 제도라는 두 가지 방향의 해결책을 찾아 적용합니다. 최근엔 탄소중립과 ESG 경영의 대두로 새롭게 주목받는 학문이 됐죠.
- 기존 환경보존론과 비슷한 개념 같은데, 리질리언스가 주목받는 이유가 뭔가요?
이우균 원장: 두 가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리질리언스는 환경과 생태계를 단순히 보전하거나 방임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인간의 활동이 회복탄력성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사전 예방적 인간활동으로 볼 수 있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만큼의 인간 활동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게 리질리언스의 연구 방식입니다. 리질리언스는 기본적으로 생태회복을 전제로 한 사전예방적 인간 활동으로 보시면 됩니다.
전진형 부원장: 그래서 리질리언스 연구가 최근 전 세계 국가들과 글로벌 경영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의 첨병으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환경과 생태계가 회복 탄력성을 갖기를 추구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죠. 리질리언스는 기술과 제도로 이걸 가능케 합니다.
- 리질리언스는 생태계에서 인간을 가장 우위에 놓고 있다고 보면 될지요?
이우균 원장: 전체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인간의 우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생태와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19를 예로 들면 우리 사회는 처음에 lock down(저항)했다가, 마스크와 백신을 통해 ‘적응’하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기능과 구조를 지속가능하게 했는데요. 리질리언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진형 부원장: 사실 리질리언스 개념 이전에 1992년 ‘리우선언’이 있었어요. 당시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 대표단들은 브라질 리우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나왔던 슬로건이 “지구는 선조에게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린 것”이었죠.
근데 이게 좀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거예요. (웃음) 왜냐면 우리도 쓰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자는 거잖아요. 이게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의 출발이었죠. 지속가능성의 목표는 성장과 발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최적화된 시스템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지구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이게 한계에 다다르고 우리가 예상치 못했거나 혹은 예상을 뛰어넘는 환경문제들이 심각해지고 있는 까닭에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대두된 게 리질리언스 입니다.
- 국내·외 리질리언스 연구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전진형 부원장: 국제적으로는 지난 20년 동안 급격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과 더불어 실천적인 방안으로 ‘리질리언스’가 연구되면서요. 리질리언스 분야 논문 숫자만 거의 몇백%가 뛰었어요. 단순히 논문 숫자를 넘어서 전 분야에 걸쳐서 리질리언스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기존 생태와 환경 이외에 정치와 행정, 경제·경영, 의학·약학 등 분야를 불문하고 리질리언스 개념을 쓰고 있죠.
이우균 원장: 국제 리질리언스 연구는 다양한 학문을 배경으로 한 연구자들이 협력해 사전 예방과 해결을 아우르는 데 반해, 국내는 아직도 많은 연구자가 리질리언스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에서는 학제간 사전 예방 및 해결 중심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좀 자랑 같은데요. (웃음)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이 사전 예방과 해결 중심의 리질리언스 연구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아시아 전체로 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연구를 하고 있죠. 전임 교수만 19명이고, 연구 교수님들까지 하면 40명에 가까운 박사급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진형 부원장은 '리질리언스' 연구가 지속가능발전의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OJERI)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전진형 부원장: OJERI는 지난 2014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우인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의 50억 원 기부로 설립됐습니다. 민남규 회장의 호인 오정(吾丁)을 따서 연구원 이름을 지었죠. 기부자인 민남규 회장의 뜻을 존중해 10년 이내 세계적인 리질리언스 연구 분야의 허브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OJERI 5개 연구단에서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물 회복탄력성 연구 △기후변화회복탄력성 연구 △생태계 지속성 연구 △생태계 기초기작이론 △생태계 평가·모형연구 △중위도의 물·식량·생태계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우균 원장: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UN과 EU, 스톡홀름 리질리언스센터, 오스트리아 IIASA 등 국제기구 및 해외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UC버클리 등 해외 대학과 학술 교류를 통해 연구원 인턴십 등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 강화하고 있죠.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와 함께 ‘플라스틱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네이처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 우리 삶을 바꿀 OJERI의 대표적인 연구를 소개한다면.
이우균 원장: 현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성과는 수차례 진행한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이 있습니다. 제가 그 마을 촌장이에요. (웃음)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은 우리 연구원과 기후변화센터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가상의 마을입니다. 넘쳐나는 쓰레기 위기 대응을 위해 만들었죠.
쓰레기 매립장이 기피 시절로 꼽히면서 곳곳에 ‘쓰레기산’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은 생활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에서 에너지를 회수해 이 ‘쓰레기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입니다. 단순 소각이 아닌 가스화 기술 도입으로 저탄소 가스연료와 열에너지를 회수하고, 또 다른 바이오차(Bio-Char)물질은 토양으로 순환시키는 거죠.
전진형 부원장: 해상풍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속가능발전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해상풍력 단지가 바다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데요. 이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됐습니다. 풍력발전기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날개만 몇십 미터니까. △소음과 진동 △풍력발전기를 돌릴 때 반복적으로 드리우는 그림자가 주는 스트레스 요소 △풍력발전기 붕괴 또는 파손 사고 시 인접 마을에 끼칠 위험성 등을 연구하죠.
어제도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부산의 한 마을에 다녀왔어요. 지역 주민들이 저희가 준비해 간 VR헤드셋을 착용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상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심리적, 경관적 수용력을 평가하는데요. 이걸 바탕으로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향후 진행할 구체적인 리질리언스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우균 원장: 고려대학교 내 플라스틱 자원화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에요. 학교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에서 에너지를 회수하고 바이오차는 토양으로 순환시키는 거죠. ‘쓰레기 에너지 회수마을’의 고려대학교 버전으로 보시면 됩니다.
‘쓰레기 에너지 회수마을’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학교에 적용하는 건데요. 학교에서 한번 모범을 보여주자고 결심했죠. 학생들 대상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 학생의 70%가 찬성했습니다. 나머지 30%의 학생들도 대부분 반대가 아니라 잘 모른다고 답변했어요. 어떻게 쓰레기에서 에너지가 나오냐는 이유였죠. (웃음)
이우균 원장(오른쪽)과 전진형 부원장은 일상 생활에서 '리질리언스적'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이우균 원장: 현재 중·장기적 목표로 ‘Mid-Latitude Region Network’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도 30도에서 40도 사이를 빙 두르는 프로젝트예요. 한반도에서 중국 연변, 몽골,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죠. 중위도 지역은 물이 부족한 반건조지대거든요. 이 지역은 회복 탄력성이 취약해요. 이 부분의 취약한 회복 탄력성을 해결하면, 지구촌 전체의 회복 탄력성이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전진형 부원장: 리질리언스 개념이 정착돼 이걸 발판 삼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리질리언스적인 생각이 결국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드니까요. 또 리질리언스라 개념이 글로벌로 퍼져야 지속가능한 지구촌이 가능한 만큼, 그 첫걸음인 우리 개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우균 교수님과 전진형 교수님께서 뉴스포스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 포스트 인터뷰] 이우균·전진형 고려대 교수 “탄소중립? ‘리질리언스’ 연구 필수”
출처 :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95400
이우균·전진형 고려대 교수 “탄소중립? ‘리질리언스’ 연구 필수” < 인터뷰 < 기사본문 - 뉴스포스트 (newspost.kr) 2021.12.03 이상진 기자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OJERI) 이우균 원장·전진형 부원장 인터뷰
‘리질리언스’ 분야 아시아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 OJERI
이우균 원장 “리질리언스는 인간과 생태계의 지속가능발전 연구”
전진형 부원장 “단순한 친환경 연구 아냐...회복탄력적 성장이 목표”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리질리언스’는 인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전제로 합니다. 환경과 생태계를 단순히 보전하자는 게 아니에요. 일례로 무조건 벌목을 금지하는 건 ‘리질리언스’가 아닙니다. 생태계가 회복할 만큼의 벌목 방식을 연구해야죠.” - 이우균 OJERI 원장
“지난 20년 동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 수준도 해외 대비 상당히 많이 쫓아왔고요. 특히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최대 리질리언스 연구원이고, 아시아에서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전진형 OJERI 부원장
국내 '리질리언스' 연구의 첨병인 OJERI의 이우균(오른쪽) 원장과 전진형 부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최근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마다 단계적 탄소중립 달성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2,400조 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EU와 일본은 각각 1,500억 원, 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한 바 있다.
이런 글로벌 추세를 바탕으로, 생태계의 회복탄력성과 회복력을 연구하는 ‘리질리언스’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질리언스가 단순히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수동적 목표를 위한 게 아니라, 인간 사회와 재연생태계의 성장을 전제로 한 능동적 목표 달성을 위한 개념인 까닭이다.
뉴스포스트는 1일 국내 최초·최대 리질리언스 연구원인 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OJEong Resilience Institute)을 찾았다. 오정리질리언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아시아 최고 수준의 리질리언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취재진은 이우균(61) 원장과 전진형(53) 부원장을 만나 리질리언스의 개념과 국내·외 연구 현황과 성과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성북구 안암로 소재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에서 진행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리질리언스'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우균 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한데요.
전진형 부원장: 리질리언스는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에서 파생됐습니다. 다시 뛰어오른다(to jump back)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회복 탄력성’ 또는 ‘회복력’이라고도 합니다. 이걸 미국의 생태학자 홀링(Holling) 교수가 1973년에 ‘생태계의 리질리언스와 평형’이라는 논문에서 개념을 소개했는데요. 그 뒤로 생태학과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교육학, 경영·경제학 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우균 원장: 리질리언스는 간단히 말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단 키트’와 진단에 따른 ‘치료제’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해야 나빠지지 않고 회복될지를 진단하는 거죠. 진단 후에는 공학적 기술과 사회적 제도라는 두 가지 방향의 해결책을 찾아 적용합니다. 최근엔 탄소중립과 ESG 경영의 대두로 새롭게 주목받는 학문이 됐죠.
- 기존 환경보존론과 비슷한 개념 같은데, 리질리언스가 주목받는 이유가 뭔가요?
이우균 원장: 두 가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리질리언스는 환경과 생태계를 단순히 보전하거나 방임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인간의 활동이 회복탄력성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사전 예방적 인간활동으로 볼 수 있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만큼의 인간 활동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게 리질리언스의 연구 방식입니다. 리질리언스는 기본적으로 생태회복을 전제로 한 사전예방적 인간 활동으로 보시면 됩니다.
전진형 부원장: 그래서 리질리언스 연구가 최근 전 세계 국가들과 글로벌 경영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의 첨병으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환경과 생태계가 회복 탄력성을 갖기를 추구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죠. 리질리언스는 기술과 제도로 이걸 가능케 합니다.
- 리질리언스는 생태계에서 인간을 가장 우위에 놓고 있다고 보면 될지요?
이우균 원장: 전체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인간의 우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생태와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19를 예로 들면 우리 사회는 처음에 lock down(저항)했다가, 마스크와 백신을 통해 ‘적응’하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기능과 구조를 지속가능하게 했는데요. 리질리언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진형 부원장: 사실 리질리언스 개념 이전에 1992년 ‘리우선언’이 있었어요. 당시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 대표단들은 브라질 리우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나왔던 슬로건이 “지구는 선조에게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린 것”이었죠.
근데 이게 좀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거예요. (웃음) 왜냐면 우리도 쓰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자는 거잖아요. 이게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의 출발이었죠. 지속가능성의 목표는 성장과 발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최적화된 시스템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지구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이게 한계에 다다르고 우리가 예상치 못했거나 혹은 예상을 뛰어넘는 환경문제들이 심각해지고 있는 까닭에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대두된 게 리질리언스 입니다.
- 국내·외 리질리언스 연구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전진형 부원장: 국제적으로는 지난 20년 동안 급격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과 더불어 실천적인 방안으로 ‘리질리언스’가 연구되면서요. 리질리언스 분야 논문 숫자만 거의 몇백%가 뛰었어요. 단순히 논문 숫자를 넘어서 전 분야에 걸쳐서 리질리언스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기존 생태와 환경 이외에 정치와 행정, 경제·경영, 의학·약학 등 분야를 불문하고 리질리언스 개념을 쓰고 있죠.
이우균 원장: 국제 리질리언스 연구는 다양한 학문을 배경으로 한 연구자들이 협력해 사전 예방과 해결을 아우르는 데 반해, 국내는 아직도 많은 연구자가 리질리언스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에서는 학제간 사전 예방 및 해결 중심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좀 자랑 같은데요. (웃음)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이 사전 예방과 해결 중심의 리질리언스 연구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아시아 전체로 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연구를 하고 있죠. 전임 교수만 19명이고, 연구 교수님들까지 하면 40명에 가까운 박사급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진형 부원장은 '리질리언스' 연구가 지속가능발전의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오정리질리언스 연구원(OJERI)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전진형 부원장: OJERI는 지난 2014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우인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의 50억 원 기부로 설립됐습니다. 민남규 회장의 호인 오정(吾丁)을 따서 연구원 이름을 지었죠. 기부자인 민남규 회장의 뜻을 존중해 10년 이내 세계적인 리질리언스 연구 분야의 허브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OJERI 5개 연구단에서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물 회복탄력성 연구 △기후변화회복탄력성 연구 △생태계 지속성 연구 △생태계 기초기작이론 △생태계 평가·모형연구 △중위도의 물·식량·생태계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우균 원장: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UN과 EU, 스톡홀름 리질리언스센터, 오스트리아 IIASA 등 국제기구 및 해외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UC버클리 등 해외 대학과 학술 교류를 통해 연구원 인턴십 등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 강화하고 있죠.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와 함께 ‘플라스틱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네이처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 우리 삶을 바꿀 OJERI의 대표적인 연구를 소개한다면.
이우균 원장: 현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성과는 수차례 진행한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이 있습니다. 제가 그 마을 촌장이에요. (웃음)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은 우리 연구원과 기후변화센터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가상의 마을입니다. 넘쳐나는 쓰레기 위기 대응을 위해 만들었죠.
쓰레기 매립장이 기피 시절로 꼽히면서 곳곳에 ‘쓰레기산’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은 생활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에서 에너지를 회수해 이 ‘쓰레기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입니다. 단순 소각이 아닌 가스화 기술 도입으로 저탄소 가스연료와 열에너지를 회수하고, 또 다른 바이오차(Bio-Char)물질은 토양으로 순환시키는 거죠.
전진형 부원장: 해상풍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속가능발전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해상풍력 단지가 바다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데요. 이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됐습니다. 풍력발전기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날개만 몇십 미터니까. △소음과 진동 △풍력발전기를 돌릴 때 반복적으로 드리우는 그림자가 주는 스트레스 요소 △풍력발전기 붕괴 또는 파손 사고 시 인접 마을에 끼칠 위험성 등을 연구하죠.
어제도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부산의 한 마을에 다녀왔어요. 지역 주민들이 저희가 준비해 간 VR헤드셋을 착용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상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심리적, 경관적 수용력을 평가하는데요. 이걸 바탕으로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향후 진행할 구체적인 리질리언스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우균 원장: 고려대학교 내 플라스틱 자원화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에요. 학교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에서 에너지를 회수하고 바이오차는 토양으로 순환시키는 거죠. ‘쓰레기 에너지 회수마을’의 고려대학교 버전으로 보시면 됩니다.
‘쓰레기 에너지 회수마을’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학교에 적용하는 건데요. 학교에서 한번 모범을 보여주자고 결심했죠. 학생들 대상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 학생의 70%가 찬성했습니다. 나머지 30%의 학생들도 대부분 반대가 아니라 잘 모른다고 답변했어요. 어떻게 쓰레기에서 에너지가 나오냐는 이유였죠. (웃음)
이우균 원장(오른쪽)과 전진형 부원장은 일상 생활에서 '리질리언스적'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이우균 원장: 현재 중·장기적 목표로 ‘Mid-Latitude Region Network’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도 30도에서 40도 사이를 빙 두르는 프로젝트예요. 한반도에서 중국 연변, 몽골,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죠. 중위도 지역은 물이 부족한 반건조지대거든요. 이 지역은 회복 탄력성이 취약해요. 이 부분의 취약한 회복 탄력성을 해결하면, 지구촌 전체의 회복 탄력성이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전진형 부원장: 리질리언스 개념이 정착돼 이걸 발판 삼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리질리언스적인 생각이 결국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드니까요. 또 리질리언스라 개념이 글로벌로 퍼져야 지속가능한 지구촌이 가능한 만큼, 그 첫걸음인 우리 개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